클럽 아레나에이도스 출판사 Eidos Publisher

  • Books
  • ⦁ 2022 국립중앙도서관 영구보존자료 선정 도서
  • ⦁ 2020 PUBLY 북 큐레이션 콘텐츠
  • ⦁ 2019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추천 도서

Q1. 책의 출발?

학부 논문 수업이었다. ‘클럽‘이라는 소재는 ‘논문‘이라는 진지한 형식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나는 장난기가 많은 편이며, “클럽으로 책을 쓴다니 모두가 웃었다“는 책의 첫문장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기보다는 나의 의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전혀 다른 존재를 마주하게 하는 데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클럽에 가지만 책을 안 읽는 사람들, 책을 읽지만 클럽에 가지 않는 사람들 같은 이분법을 생각했다. 문화 예술 분야든 사회 문제든, 자신의 영역을 넘어설 줄 아는 상상력을 선호한다.

 

Q2. 건축과의 관계?

건축과 논문 대신 책으로 출판하면서 건축에 관한 전문적 부분은 많이 덜어냈지만, 오히려 어느 ‘공간‘이 건축 이외의 요소를 가지고 설명된다는 점에서 현대 건축의 성질을 보여준다. 가령 책을 구상하던 2017년 무렵 버질 아블로는 GSAPP 강연에서 ‘나는 패션으로 건축을 한다‘고, ‘어차피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니 실제 공간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이던 나는 문화의 최전선에서 이를 경험하면서, 몸소 비공식적인 건축 요소의 건축적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이 국내 건축 분과에서 받아들이긴 어려웠겠지만.

 

Q3. 책의 비판적 지점?

소재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평론상을 수상한 이력 때문인지 으레 책이 비판하는 바를 질문한다. 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욕망들은 거리를 둔 비판이라기보다 당시의 나를 대변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는 내가 이 주제를 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근거이기도 하다. 책을 정말 좋아했던 나는 분명한 전문성이 있어야만 저자가 될 수 있다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소재 만큼은 내가 이후에 공부를 아무리 한다 한들, 당장의 내가 더 잘 쓰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회학자 출신의 출판사 대표님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학계 분위기를 지적하며, 되려 다른 전문가들은 쓸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응원해 주셨다. 

 

Q4. 평론상 수상자로서 이 소재를 쓴 이유?

고급 문화를 다루는 와중에, 문화로도 여겨지지 않는 일을 책으로 쓴다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험담과 우려를 들었다. 우아할 수 있는데 왜 똥물을 뒤집어 쓰냐며.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고급 문화 속에서 나는 클럽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작품에 대한 관심은커녕 다른 욕망을 위해 수천만 원을 쓰는 컬렉터의 모습은 몇 시간 전 클럽에서 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치를 규정하는 우아함이나 천박함에 의문이 들었고, 윤리란 얼마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라는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를 다루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선입견을 발생시키는 일련의 구분을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거니까. 하기야 그때는 양자 간 문화를 대비하는 게 특이한 일이었으나, 시간 지나 고급과 저급의 경계가 흐릿해진 오늘날에는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Q5. 책을 통해 전하고 싶던 메세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를 요약하자면 ‘통념‘이다. 각자가 옳고 그름을 주장하지만, 각 집단을 이루고 있는 논리란 결국 선입견에 기반할 따름이다. 따라서 클럽이라는 부정적 선입견이 극대화된 장소를 통해 그 자체로 통념을 다루는 한편, 그것과 반대라고 여겨지던 일상의 모습들과 연결됨으로써 일련의 통념을 건드리고자 했다. 이 책과 관련해 쓴 『교수신문』 칼럼은 통상적인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방식을 문제삼는 내용이며, 『한겨레』 칼럼은 일련의 통념으로 인해 사라지는 진실의 자취를 살피는 내용이다. 

 

Q6. 책을 쓰며 유의한 것?

선입견을 핵심 주제로 다루었다보니, 내가 스스로 가할 수 있는 선입견을 최대한 조심했다. 쓰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문과 리뷰를 요청한 것은 물론, 형식적으로도 저자성을 최대한 지우고자 했다. 참고문헌을 쓰지 않은 것, 건조한 문체를 사용한 것, 저자 소개를 최소화한 것. 책 내용보다는 내 얼굴이나 성별, 다른 이력을 이 책에 대입하는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 지나 보면 그렇게까지 유의할 거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모두는 세일즈에 영 도움 안 되는 판단이었으니 말이다.

 

Q7. 책을 쓰던 상황?

힙합을 비롯한 문화부터 페미니즘과 같은 각종 이념이 꿈틀대고 있었다. 이 모든 게 클럽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클럽 자체가 이전처럼 금기시되기보다 공론화될 수 있는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가령 2010년대 들어 공중파에서 연예인들이 스스럼없이 클럽을 이야기하고, 대학가에서는 클럽 동아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이 문화는 특정 집단에 국한되어있기보다, 다양한 인구 구성으로 이뤄졌다. 성매매 종사자부터 대학생, 재벌, 연예인 등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공존했다. 또, 이러한 문화를 부추기는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공간화“라고 클럽을 묘사한 것은 이 생각을 담고 있다. 한편, 클럽 아레나가 2017, 18년 전성기를 지나 조만간 사라지리라 짐작했던 만큼, 이를 빠르게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을 가지고 있었다. 한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장소를 아카이빙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책 발간 이후 성지순례를 기대하긴 커녕, 1년에 가까운 책의 제작이 마무리될 무렵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다.

 

Q8. 버닝썬 게이트?

여러 의도를 가지고 준비한 책이 여느 기획물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커다란 범죄 사건이 터진 마당에 내 의도를 내보일 순 없어서 책과 관련한 모든 행사를 거절했다. 하기야 당시에 온 질문들도 이런 식이었다. ‘패션이라는 챕터에서 서술하신 비싼 옷은 결국 범죄자들의 소비 아니겠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이 방증하듯, 통념을 다루기에 앞서 통념에 갇혀버리는 상황이었다.

 

Q9. 지금 시대와의 연관성?

‘클럽‘의 배타화되고 비난받던 내용들이 지금은 일상화된 모습이다. 예를 들어 클럽 테이블에서나 벌어지던 일시적 소비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고, 일확천금이 착실한 노동보다 되려 현명한 방식으로 여겨진다. 당시 클럽은 가장 최신의 복합문화공간이었으니 각종 문화 요소는 말할 것도 없다.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일상에서 제 욕망을 숨기던 ‘위선‘ 대신, 솔직함을 가장해 제 욕망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드러내는 ‘위악‘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위선이 지루했다면 위악은 징그럽다는 게 요즘 하는 생각이다.

 

 

크레딧 CREDIT

  • 저자: 최나욱
  • 표지 디자인: 김정연
  • 내지 디자인: 신건모
  • 편집자: 박래선, 박소현
  • 출판사: 에이도스
  • 출간일: 2019년 04월 04일
  • 쪽수: 192쪽
  • ISBN: 9791185415284

  • AUTHOR: Nowk Choe
  • COVER DESIGN: Jungyeon Kim
  • EDITOR: Ray Park
  • CO-EDITOR: Sohyun Park
  • PUBLISHER: Eidos Publisher
  • DATE: 2019.04.04

  • LANGUAGE: Korean
  • PAPERBACK: 192 pages
  • ISBN: 9791185415284